구월성 - 그리운 등잔불(월견초 작사 김성근 작곡/1956 애호SP; 60 애호LP)..신문 파는 소년들도 지겟머리 그 사람도 이 항구가 싫어서, 그 마을을 그리워 하네 생각만 하네~
2017.07.05
얼마나 '釜山살이'가 고단하기 그지 없었으면 이런 노래가 다 나왔을까요?..
'月見草'라는 예명으로 주로 1950년대에서 60년대 말까지 좋은 노랫말을 많이 지으신 밀양 출신의 서정권 선생님... 대구와 부산은 당시 음반산업을 주도하던 곳이라서 작사가도 당연히 현지 생활을 했는데 徐 선생님의 눈에 비친 1950년대 중반의 부산은 결코 낭만적이고 꿈이 가득한 도시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운 燈盞불> 이 노래는 어제 올렸던 아일랜드 대기근을 다룬 노래 <The fields of Athenry>에 이어지는 이야기이자, 절대빈곤 국민으로 고통 받고 살아가던 불과 半世紀 前의 우리들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6.25 전쟁 이후 부산으로 부산으로 모여든 피난민들의 눈물겨운 삶은 필설(筆舌)로는 이루 다하지 못할 만큼 비참하였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요.
그나마 남쪽에 고향이 있어 돌아갈 곳이 있던 피난민들은 휴전 이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再起를 꿈꾸었지만,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부산에 남았던 많은 수의 사람들은 물 장수, 담배 장수, 신문팔이, 은단 장수, 지겟꾼 등으로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고단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노래 속에 '釜山살이'의 고단함은 저무는 해와 캄캄한 밤으로 비유되었는데, 가사 속에 보이지는 않지만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덜기 위해 새벽부터 저녁까지 애 어른 할 것 없이 생활전선에 내몰린 사람들의 축 처진 어깨에 걸려 허덕이는 처연한 모습을 상상하노라니 마음 한켠이 짠해져 옵니다.
그리운 燈盞불 - 九月城
月見草 작사, 金星根 작곡, 金鶴松 편곡
음원: 1960, 愛好레코드 APL-2221
1
물 장수 새벽길에 *하로가 열리면
담배 장수 한숨 속에 날 저무는 부산 항구
신문 파는 소년들도 이 항구가 싫어서
콩기름 등잔 아래 하늘 天字 배우던
그 마을을 그리워 하네
2
은지암 새벽종에 하로가 동 트고
은단 장수 눈물 속에 해가 지는 부산 항구
지겟머리 그 사람도 이 항구가 싫어서
*아주깨 초롱 밑에 기역 니은 배우던
그 마을을 생각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