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7>
달 때문에 - 고증식
추석날 밤
고향집 마당에 앉아
오래전의 그 둥근 달 보네
달빛동동주 한 잔에
발갛게 물든 아내가
꿈결인 듯 풀어놓는 한마디
-지금 같으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아
하마터면 울컥
다 털어놓을 뻔했네
'밀양문학' (2007. 20집)
-시집 '하루만 더'에서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울컥할 때가 있다.
지금 시인의 아내는 고향의 풍경과 정서에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시인도 아내의 감정에 동화 되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다.
'하마터면 울컥 다 털어놓을 뻔했'다는 시인의 진술이 시적 재미를 더한다.
나이 오십에 아직 털어놓지 않은 게 뭐있고 털어봐야 더 나올 건 뭐 있을라고.
-성선경.시인
부산일보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신문사인 국제신문의 시란(詩欄) '아침의 시'에 실렸던
이 짤막한 시 한 편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아니다.. 매년 추석날만 되면 저절로 떠오르는 시다),
시평을 쓴 성선경 시인이 '하마터면 울컥 다 털어놓을 뻔했'다는 고증식 시인의 솔직한 표현에
대한 시적 재미를 느꼈듯이, 나도 이 재미 때문에 이 시를 늘 잊지않고 있습니다.
지나고보니 나도 생전의 아내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과 떳떳지 못한
비행(?)이 참 많았던 남편이었던 것 같아, 이 시를 대하면 시적 재미에 더해 괜히 나의 미안함이
고스란이 묻어 나오는 바람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시 중의 하나입니다.
살다보면 아웅다웅 다툴 수도, 사네 헤어지네 하면서 지지고 볶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게
부부 사이라지만 둥그런 달 아래서 달빛동동주 한 잔에 불콰해 서로 장단 맞추어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또 부부 아닌가 합니다..
(생시의 아내와 저는 자주, 집 마당 평상이나 접이식 탁자에 앉자 둘이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이런 시간을 가졌더랬습니다)
-고향모정
둥그런 보름 달은 아니지만 마침 떠오르는 둥그런 추석 날 아침 해를 보면서
생전의 아내에게 술 한 잔 올리면서 '까짓거 오늘 다 털어버리지 뭐..' 하면서
차례상 위, 말갛게 웃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봅니다.
- 2012년 추석날 아침, 고향모정
[詩] 아내의 종종걸음 - 고증식
진종일 치맛자락 날리는
그녀의 종종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집 안 가득 반짝이는 햇살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 몸 슬슬 물들기 시작하는
화단의 단풍나무 잎새 위로
이제 마흔 줄 그녀의
언뜻언뜻 흔들리며 가는 눈빛,
숭숭 뼛속을 훑고 가는 바람조차도
저 종종걸음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
방 안 가득 들어선 푸른 하늘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 발걸음이 햇살이고 하늘인 걸
종종거리는 그녀만 모르고 있다
이영숙 - 강남달(1964,LP 신세기 가-12010 荒城옛터)
江南달( 落花流水 ) - 李貞淑 1929
김서정 작사 작곡
1. 강남달이 밝아서 님에 놀던 곳
구름 속에 그의 얼골 가리워졌네
물망초 핀 언덕에 외로이 서서
물에 뜬 이 한 밤을 홀로 새울까
2. 멀고 먼 님의 나라 차마 그리워
적막한 가람가에 물새가 우네
오늘 밤도 쓸쓸히 달은 지노니
사랑의 그늘 속에 재워나 주오
3. 강남에 달이 지면 외로운 신세
부평의 잎사귀엔 버래가 우네
차라리 이 몸이 잠들리로다
님이 절로 오시어서 깨울 때까지
낙화유수[ 落花流水 ]
[내용]
일명 `강남달`이라고도 한다. 1927년 제작된 무성영화 `낙화유수`의 해설집(음반)이
1929년 콜롬비아레코드사에서 나왔는데, 이 때 이 음반의 삽입곡으로 발표되었다.
노랫말은 모두 3절로 되어 있고, 4분의 3박자에 다장조로 되어 있다.
왈츠리듬에 형식이 무시된 32마디로 되어 있고, 전주가 있다.
도·레·미·솔·라의 5음계적 기법을 채용하였다. 전문적인 기교가 없는 소박한 멋을 풍기고 있다.
일본식의 유행가나 외국의 가요를 번안해 부르던 당시 우리 나라 창작 대중가요 제1호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당시 서민들의 감정을 드러낸 곡으로 극영화와 더불어 인기 절정이었고, 장안의 기방(妓房)에서
많이 불리었을 뿐 아니라 젊은층의 학생들도 많이 불렀다.
신카나리아 - 강남달 (연도 미상, 老年 취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