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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꽃 피는 날에는...어니언스 - 편지(1973.6/ 유니버샬 K-APPLE 785)

고향모정 2024. 3. 3. 08:43
   고향모정
                             (2009-03-03) 
   [詩] 꽃 피는 날에는
 

 

꽃 피는 날에는

한 줄의 便紙라도 쓰겠습니다

 

겨우내 우체국 窓口엔

받는 이 없어

언(氷) 길 떠났다 돌아온

5원(圓) 엽서가 스산히 딩굴었는데

 

或이나 당신은

내 이름 석 字를

잊지는 않았나 하고

안타까이 가슴만 졸였습니다

 

어제는 우체국 앞 뜰로

가는 비 다발로 내렸고

아지 못한 사이

꽃망울 폈는데

 

꽃 피는 날에는

한 줄의 便紙라도 쓰겠습니다

 

1974. 2월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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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에 다니던 지난 1974년, 봄을 애타게 기다리던 2월 어느 날에 쓴 제가 지금까지도 아끼는 저의 代表詩(?)입니다.
그 당시, 부산 남포동에 계시던 어떤 독지가('당코리 테일러'라고 하면 부산의 웬만한 詩人들은 다 아실 겁니다. 서슬 퍼렇던 維新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젊고 설익은 딜레땅뜨 차원을 막 넘어서는 예비 文人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분이였었는데 지금은 그 분의 고마움만 되새길 뿐, 제가 도움을 드릴 기회를 영영 가지지 못해서 여지껏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의 도움으로 '용두산 공원 전시실'에서 저희들, '길 文學 同人會 詩畵展'을 열었을 때 그때 쓴 詩입니다.
바탕 그림은 고등학교 친구이자 同人會 멤버인 수동이의 兄인, 당시 서울대학교 美大에 재학 중이던 박재동(나중에 한겨레신문 시사만평 그림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분) 형님이 畵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짬짬이 그려주신 것으로 어떻게 보면  저로서는 역사적(?)인 바로 그런 詩입니다.

지금 보면 엄청 쉽게 쓴 詩 같지만, 사실 이 詩를 쓰느라고 어린 제가 詩的 모티브를 찾아 나선 그 우체국 앞 뜰에서, 그 추운 2월의 을씨년스런 바람(釜山의 바닷바람은 2월이 가장 극성이지요)에 꽤나 고생을 한 끝에 적은 기억이 나는 詩입니다.
(이 詩는 校誌에 실린 것이 아니고 그 전의 다른 자료에서 다시 復記했습니다)


어니언스 독집음반 - 편지 (1973.6/ 유니버샬 K-APPLE 785)

(1973.6  유니버샬 K-APPLE 785) 어니언스 독집 /안건마 편곡집

SIDE A
1. 작은 새
2. 사랑의 진실
3. 저 별과 달을
4. 편지
5. 외기러기
6. 며느리

SIDE B
1. 초저녁 별
2. 뭐라고 쓰나
3. 외길
4. 어떤 일
5. 내 친구여

專門家 (2009-03-03 15:44:35)
고향모정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을씨년스럽더니 하루종일 일기가 불순하네요!..
이런 스산한 날에 향기가 가득한 좋은 詩 올려주셨군요!
분위기가 갑자기 환하고 향긋한게 너무 좋네요.
이 詩 역시 고등학생의 작품이라고 감히 그 누가 말하리오!..

이제 정말 꽃 피는 날이 오겠지요!
덕분에 "꽃 피는 날에는" 즐겁게 잘 감상했습니다.
아래의 해설을 읽으니 그 당시의 상황이 상상이 갑니다!..
이제 4일만 있으면 "고향모정"님을 비롯한 보고 싶은 회원님들을 뵙게 되겠군요!
어서 4일이 지나갔으면... ^^
모정님의 "심혈의 역작" 회원님들과 함께 감상하고 싶군요.
감사드리며 오후 시간도 좋은 시간 되시기를!... ^^

 

마스네 - 타이스의 명상곡 ( Massenet - ‘Thais’ Meditation)

고향모정 (2009-03-03 22:59:44)
찬탄(讚歎).. 사진이 아름답다는 표현을 이 사진에 부칩니다.
고개 숙여 수줍게 피어난 연분홍 꽃봉오리가 좋고 또 영롱한 이슬(빗방울)을 머금은 그 풋풋함이 더욱 상큼합니다.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인가요... 저를 위해서 마련해 주신 이 결 고운 정성에 더욱 감격해 합니다.
어린 날의 치기(稚氣)를 늘 감싸주시는 고마우신 전문가님께 정중한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를 드리며^^*...

미* (2009-03-09 12:29:20)
고향모정님.
잊고 지냈던 편지 쓰기를 올 봄에
화사하게 피어줄 꽃들의 향연으로 열까 합니다.
그리웠던 사람..
고마웠던 사람..
그리고 곁에서 늘 사랑하며 지내는 사람에게도..
고향모정님의 시를 보며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고향모정 (2009-03-10 00:07:50)
미*님.
어렸을 적, 기쁜 소식으로 가득한 그리운 사람에게서 오는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국 집배부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앞으로 올 희망의 그날을 우리 모두 한번 더 기다려 봅시다.
"편지요~"라고 소리쳐 부르는 희망의 그 목소리를 그리며...

선학산 (2009-03-10 23:50:54)
모정님께서
詩想을 캐취하기 위한 노력과 그 당시 안 좋은 날씨 속에서 착안한 귀한 소절들을 다시금 보면서 음미합니다.

저도 청소년 시절에 그 누군가에 편지를 쓰고 싶었고 또 받고 싶었지요.
해외 팬팔을 하면서 쓰고 받기도 했습니다만, 오늘 모정님의 시를 읽으니 편지에 관한 아련함이 느껴집니다.

요즘은 옛날처럼 그런 맛이 없어 허전하구요.
모정님 좋은 글 잘 보겠습니다.
고향모정 (2009-03-13 15:39:12)
선학산님이 오셔서 주시는 말씀에는 늘 공감하는 바가 많습니다.

< 便紙의 時代>에 살아서 아주 運이 좋았던 우리 '아날로그 世代'의 그 황홀했던 사치는,
'어니언스'가 노래했던 "편지"의 노래 가사 - 말 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처럼,
'그냥 늘 부끄러운 달음박질'이였었지요...

왕성한 편지 쓰기로 젊음을 보냈던 '내 젊은 날에게 다시 부치는 편지'를 이 봄날,
제 拙詩 <꽃 피는 날에는>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흔적 남겨 주신 선학산님의 따뜻하신 마음에 깊은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땡*** (2009-03-19 03:26:59)
어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야구가 저를 미치게 하였고
그 흥분된 마음을 모정님의 시로 달래봅니다
고향모정 (2009-03-25 00:25:16)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땡***님의 반가운 행차에 미처 버선발 마중을 맞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이 창작방이 제 전용실이 아닌 별실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근래에는 통 들리지 않았었는데
오늘에야 급하게 인사합니다.

요즘은 가요방에 노래 숙제를 하는 통에 온통 그쪽으로만 신경을 쓰다보니 이런 일이..,

야구.. 그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잘 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