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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란 데뷔곡 코스모스 사랑 (작곡가 김학송 선생님의 최초작곡 노래, 1958년 최초 취입곡과 1969년 재취입곡의 노랫말 변천 비교 감상)

고향모정 2023. 10. 16. 19:15

2015년 9월 27일, 내 고향 蔚山太和江邊 十里대밭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코스모스 群落

 

박재란의 코스모스 사랑 

 

바야흐로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는 가을입니다.
가을과 코스모스...
저는 가을이 오면 늘 길을 나섭니다.
이처럼 맑고 더 없이 높은 하늘이 좋은 이 가을에 그 옛날의 그 新作路를
어디 한 번 걸어봤으면...
그래서 길섶에서 하늘하늘 춤추는 코스모스의 가녀린 꽃잎에 얼굴을 묻고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의 설렘으로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같이 사진을 찍어봤으면..

가을은 언제나 그 사람과 함께 가는 "追憶과의 행복한 同行길"입니다.


어느새 가을의 전령사로 굳어진 첫 사랑을 닮은 꽃 코스모스의 가녀린 자태에서
有感된 숱한 코스모스의 노래 중에서 作曲家 金鶴松 선생님이 곡을 붙이고
박재란 님이 노래했던 <코스모스 사랑>에 관한 글을 지난 1월 17일,

가요114의 옛날가요에 올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가을에 접어드는

이 때 마침 이 노래가 생각이 나서 다시 올립니다.

 

                                                                            고향모정 (200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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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란의 코스모스사랑
글쓴이 고향의 모정  날짜 2005/01/17

 

그녀의 이불 밑에서 코스모스 꽃향기는 온통 밤꽃(栗花) 향기였다.

그이가 그립고 홀로 서러운 밤, 진동하는 밤꽃 내음..

 

 사람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리우면 억-하고 숨이 막힌다고 했지요?
글쎄,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이토록 절절히도 피를 토하는 望夫歌가

만들어졌을까요?
이미 내 곁에서 마음이 떠나고 없는 한 남자에게 이렇게 매달려서

뭐 어쩌자는건지.
그러나~ 하~, 그러나---
우리는 이미 많은 우리들의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이 땅의 여인들이

보내준 수많은 사모곡(思慕曲)들에게 먼저 경의를 표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멀리 장사를 떠난 남편의 무사귀가를 비는 정읍사(井邑詞)로 부터
'님과 함께 얼음 위에서 댓잎을 깔고서 사랑을 나누다 얼어 죽을지라도

정든 오늘 밤이 더디 새오시라'던 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
'만두를 사러 상점에 가서 만난 잘생긴 이국 남자에게 손목을 잡힌 여인'이 

노래한 쌍화점(雙花店) 등등, 이름 없는 여염집 규수로 부터 노류장화

(路柳牆花),  명문가 대갓집 부인들을 망라한 이루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한 여인의 思慕가 노래가 되어" 지금 우리들 세대로까지

이어져왔고  그 연장선에서 코스모스의 가녀린 자태에서 유감(有感)된 이 노래, 

'코스모스 사랑'이  천고절창(千古絶唱)의 思夫曲으로 앞으로도 여인네들의

입에서 입으로 계속 불리워지리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코스모스 사랑]  1958년 최초 취입 가사와 노래

 

레코드 음원: 나나레코드 제작 / 1961 아세아레코드 발매 AL-No.34

작사- 문예부(나나레코드) 작곡- 김학송

 

코스모스꽃이 필 때 만난 그이는
코스모스꽃이 지면 오지도 않네
그이의 꿈이 어린 푸른 침대에
그이가 그리워서 울어봤노라


코스모스 꽃잎마다 님의 순정이
코스모스 향기처럼 가슴에 스며드네
오동색(烏銅色) 이불 밑에 님의 사진을
그이가 그리워서 다시 보노라.

 

[코스모스 사랑]  1969년 재취입 가사와 노래

 

클릭 후 재생

레코드 음원: 1969 성음 SEL 7-713  B면 3번 트랙곡

작사- 박일명(김학송 필명) 작곡- 김학송

 

코스모스 꽃이 필 때 만난 그이는
코스모스 꽃이 져도 오시지 않네
그이의 꿈이 어린 푸른 창가에
그이가 그리워서 흐느껴 웁니다


코스모스 꽃잎마다 님의 순정이

코스모스 향기처럼 가슴에 스며드네

오동색 이불 밑에 님의 사진을
그이가 보고싶어 다시 봅니다.

 

  위 두 곡 모두 박재란 님이 불렀던 노래이나 10년이 지나는 동안 시대

분위기가 그 사이 많이 바뀌었다 라는 것을 노래가사를 통해 확연히  

수가 있습니다.

 먼저 原曲의 古語體型 종결 어미 '~노라' 를 現在口語體의 높힘 종결

어미 '~ㅂ니다' 로 치환시키면서 가사 중 몇 군데를 손질한 게 눈에 띕니다.
1절의 푸른 침대가 푸른 창가로 바뀐 것은 속절없이 단 둘이서  단꿈을 꾸던

추억을 회억(回憶)하는 느낌으로 젖어 있는 이미지의 '침대'보다, 벨기에의

동화작가 마테를링크가 희망의 동의어로 이야기한 '파랑새'를 찾는 장소로

'푸른 창가'를 말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푸른 침대와 오동색 이불의 앙상블도 묘한 실루엣으로 그려지는군요.

어릴 때 무명이불보로 주로 쓰이던 검은 빛을 많이 띤 붉은 색인 오동색

(烏銅色)의 칙칙한 붉은 색이 왜 신혼부부의 방에 유독 많았는지도 이 노래 

가사에서 유추할 수가 있군요.

그녀에게 사랑을 이야기 하고선 창가에 기대서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꿈을 찾

그이가, 제발 '나만을 사랑해 주는 오로지 그 한 사람' 이었으면 좋으련만....


[1958년 박재란 님의 데뷔곡인 동시에 당시 대구 KBS 악단장이던 작곡가 김학송

선생님의 데뷔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멜로디도 그렇지만 당시 레코드사에 전속되어

노랫말만 전문으로 만들던 (통상'문예부'라고 표기) 어느 분 (김학송?)의 작품인데

멜로디와 가사를 전달하는 가수.. 흔히 말하는 3박자가 딱 맞았다는 느낌이 드는

정말 좋은 노래입니다. 물론 저의 狂聽音曲...

재취입할 당시 改詞를 맡은 사람은 金鶴松 선생님인데 筆名으로 쓰던 朴日明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나나/ 1961 아세아 AL-No.34 10인치 LP) 대중가요선집 NO.3

 

Side 1
1. 코스모스 사랑 (박재란)
2. 눈물의 탱고 (남향)
3. 모르고 속았나요 (천숙)
4. 옛마을 찾아서 (남백송)

 

Side 2
1. 밤에 피는 양귀비 (고일성)
2. 사랑도 팔자가요 (김영애)
3. 마누라 대문여소 (김용만)
4. 써-커스의 노래 (김광자)

 

(1969 성음 SEL 7-713) 달맞이 처녀; 사랑의 꿈 

 

Side 1

1. 달맞이 처녀 (조미미)
2. 엄마의 입술 (조미미)
3. 원망 (차용석)
4. 푸른 꿈 (박재란)
5. 사랑아 다시 피라 (이길남)
6. 보라매 형제 (봉봉)

 

Side 2
1. 사랑의 꿈 (김용자)
2. 오빠 (박재란)
3. 코스모스 사랑 (박재란)
4. 꿈속의 고향길 (블루벨즈)
5. 별속에 살고싶어 (블루벨즈)
6. 포도알이 익을때 (김용자)

 

다시 코스모스를 노래함 

 

 이기순 시, 이흥렬 곡의 '코스모스를 노래함'이라는 가곡이 있지요.
~~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악시 외로운 이 밤에 나의 친구로다~
그렇습니다.  코스모스는 정갈한 새악시의 자태를 한 가을의 전령사

입니다.

 

 평생을 올곧은 선비로 不義와 權力에 타협하지 않고 욕되지 않게 사셨던

시인 조지훈(趙芝薰) 선생님은, 멀리 멕시코에서 와서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 이 귀화한 가냘픈 꽃이 못내 안쓰러워 이런 글로 그분의 심정을 표현

하셨습니다.


코스모스는 별 바라기꽃 절망 속에 생탄(生誕)하는 애의 넋,
죽음 앞에 고요히 웃음 짓는 순교자
아, 마침내 시간과 공간을 잊어버린 우주.
육체가 정신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코스모스가 종잇장보다

더 얇은 바람결에 떨고 있다.


차거운 계절을 제 스스로의 피로써 애닯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는

향방 없는 그리움으로 발돋움하고 다시 학처럼 슬픈 모가지를 빼고 있다.

붉은 심장을 머리에 이고 가녀린 손길을 젓고 있다.

 

 

*** (2005-09-01) 
 고향모정님, 잘 보았습니다. 너무 정겨운 꽃 코스모스입니다. 학교길

코스모스 길, 배고파 지친길 코스모스길. 
 
*** (2005-09-01)   
 저는 사람이 그렇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특별히 좋은 꽃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싫어하는 꽃도 없이 보통이거든요.
그런데 그중에 그래도 좋아하는 꽃을 뽑으라면
코스모스를 꼽을 수 있어요.

왠지 여리고 가냘프고...그리고 조금은 쓸쓸해 보이지 않나요?
그런 코스모스에 대해 많은 말씀을 올려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님께서도 좋은 오후 되시구요..  행복하세요..^^*  
 
 전문가 (2005-09-01)   
 고향모정님! 무척 부지런하시네요!
이렇게 장문의 글을 올려 주셨군요!
코스모스는 가을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지요!
얼핏 생각하는 노래가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이 떠오르는군요!
그런데 코스모스와 관련된 노래가 이렇게 많은줄은 몰랐습니다.
모정님의 글을 읽고 보니 알게 됐네요!
감사 드리며 오늘도 보람된 하루가 되시기를 빕니다.....^^  
 
 온고지신 (2005-09-01)   
 모정님의 성품이 켜켜이 배어있는 감성을 가꾸는 아름다운 글,

삼십 수년전 코스모스가 가엾게 핀 낙동강 둑 언저리로 가을의 문턱에 선

저를 인도합니다.

그리고 저는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됩니다.

빛나고 행복했던, 그러나 아팠던 영원한 나의 그 시절, 모정님 감사합니다.

우주를 뜻하는 cosmos가 이렇게 연약하고 하늘거리는 꽃의 이름이라니,

명명자의 속뜻이 궁금합니다.

최계락 시인이 꽃씨 속에는 나비가 숨어 있다고 했듯이 코스모스 속에

우주가 숨어 있을까요?

풍성한 수확을 거두시기를 진정으로 소망합니다.


챨리 (2005-09-01)   
 지금은 대학에 계시는 옛날 고교시절의 영어선생님께서
코스모스를 대할때마다 [코스모스 무참]을 떠 올리신다고...
하시든 말씀이 생각납니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너머
황금빛 들녘이 춤을 추며 출산을 기다리는 풍경들...
상상이 됩니다.
고향모정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고향모정 (2005-09-01)   

부산 갑장 **님...
언제나 정겨운 발걸음으로 오시는 넉넉하신 품이 참 좋습니다.
그나저나 어쩌지요?... *兄을 대할 때마다 늘 10문 7... 보생고무

흥아타이어 깜장 고무신 생각이 나니..
용당, 이기대, 용소의 멋진 추억과 함께 하시는 님의 모습을 그려보고

즐거워하는 일..
역시 부산이 좋고 또 고향 사람이 좋군요... 
 
 늘, "미안합니다"라고 제가 저 멀리에서도 인사를 드려야할 전문가 형님이

오늘도 이렇게 오셨군요.

여름 한 때 더위를 먹은 저의 게으름 때문이라지만 오랜 외출 끝에 다시 온

서먹서먹한 저를 역시.. 또 이리도 자상하게 손을 잡아주시는군요.
손을 잡힌 그 따뜻함으로 전이된 전문가님의 어진 인품 때문에 **방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단할 수 있음을 아는 즐거움으로 다는 이 댓글이 또

얼마나 좋은지... 
 
賓朋 溫故知新님.. 이번에는 칼 세이건類의 코스모스觀이로군요.
최계락 시인의 꽃씨 속의 거대한 우주..

파아란 잎이 하늘거리며 빠알가니 꽃도 피고 노오란 나비떼가 숨어 있는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

 
바닷가 소년 챨리님. ( 닉이 너무나 좋습니다. 닉에서 본래의 갑장 이름과

성품, 그리고 etc... 모든 것들을 유추할 수가 있으니..)
늘 젖어 있는(?) 저는 언제쯤에나 멋진 戀慕를 만날 수가 있을까요...

가을이 아니라도 아련한 추억의 흑백 스틸 사진 속, 추억의 그 날에는

어김없이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지요.
키 큰 코스모스 群落 속에서 얼굴 내밀고 꽃대궁이와 함께 찍은 그 날이...

아무래도 가을 바람이 소슬하게 부는 가을다운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덥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