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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자 - 양철집 아가씨.. 추억으로 내달리는 달리기 (1964 도미도 LD148)

고향모정 2023. 10. 28. 23:40

2005.05.04... 2005.09.13

*만10년 전에서 꼭 5개월이 모자라는 2005년 5월에 가요114 사랑방좌담회에 쓴 글을
9월에 하하호호房에 다시 상재(上梓)한 글이로군요.
그 시절 정답게 저와 대화를 나누었던 분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분이 계시지만 또 다른 몇 몇 분들은 통 근황을 몰라 안타까운 마음 한량 없습니다.
10년 세월이 흘러서 다시 꺼내보는 추억으로 내달리는 글에서, 오늘은 그 때 다녀가신
마음 따뜻했던 그 분들의 安寧을 바라는 祈願을 드립니다.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부산에서 울산으로 가는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양산시 웅상읍 서창 마을을 지나서
울산 칸트리 클럽이 나옵니다.
여기서 부터가 울산광역시이지요.
행정구역상 경남 양산시와 울산광역시의 접경.. 곧 울산시로 들어가는 이 첫 마을이
울주군 웅촌면 대대리 상대(上垈) 마을입니다.
은어가 유명했던 그 물 맑은 회야강이 마을 중앙으로 흐르던 이 상대 마을에서 중대 마을로
빠지기 전의 왼쪽 도로 옆에, 지금은 그 때와는 외양이 많이 달라져 그 옛날의 흔적조차 없지만
오랫동안 아름다운 양철집이 아담하게 한 채 서있었습니다.
다른 모든 집들이 초가지붕이었던 시절에 유일한 양철집..
웅촌면 최초의 법조인을 지낸 ooo 검사님..(지금, 연세가 팔순으로 아직 현역 변호사이십니다)의
바로 위,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신 당시 o 검사님의 伯氏 되시는 분 소유의 아담한 집이었는데,
이 집에 양철집 아가씨 네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살고 있었던 곳은 이곳에서 2Km 정도 울산 쪽으로 더 올라가 있는 곡천리 동문 마을의
웅촌국민학교 안 사택이었는데, 저는 이곳에서 저의 동기 여자 아이가 사는 이 양철집까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달음에 달려갔던 기억이 늘 생생합니다...
국빈(國賓) 방문한 이디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부산을 거쳐 그 당시 막 공업단지로 지정된 
황량한 울산으로 갈 때 때마침 아스팔트 포장이 된 그 길로.., 보생고무 검정고무신을 양 손에 거머쥐고
행여 누가 속마음을 물어보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으로 괜히 부끄럽던 제가 맨발로 달려갔던 곳...
길옆 담장에 비켜서서 하마 그 아이가 보일까 짐짓 딴청으로 양철대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그 아이가 살고 있어서 더욱 아름답던 집... 
 
 세월은 흘러 어느덧 사십 년.... (덧 없어라 세월이여~!)
오늘도 저는 양철집 셋째 딸애의 작고 단아했던 그날의 그 모습을 보려고 국민학교 동창회에는
목..목숨을 걸고 가고 있습니다.
양철집 아가씨를 만나러... 깨금발로 담장 너머 바라봤던 집 마당 장독대 옆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던
그 날의 그..  나팔꽃 향기를 맡으러...
.......................................
 

황인자 - 양철집 아가씨
천봉 작사, 한복남 작곡
 
 1.
  저 언덕 푸른 언덕 푸른 언덕 넘어서면
  어여쁜 아가씨가 살고 있는 양철집
  새파란 울타리에 나팔꽃 피는 아침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나오고
  들창가에 장미바람 산들산들 불면은
  실눈썹에 웃음 짓는 양철집 아가씨

 
  2.
  저 언덕 잔디 언덕 잔디 언덕 넘어서면
  흐르는 시냇가에 외딴 집은 양철집
  포프라 푸른 가지 파랑새 우는 저녁
  연분홍색 등불이 밝아져오고
  들창가에 샛별들이 소근 소근 대며는
  두 뺨 위에 샘물 짓는 양철집 아가씨

 

(1964 도미도 LD148) 도미도 가요앨범 제9집 
아리랑 눈물고개(박재란)
 

1. 아리랑 눈물고개 (박재란)
2. 사랑의 운명 (서창남)
3. 그대와 꿈나라로 (최정)
4. 그날 밤 부르스 (신세영)
 
1. 내 사랑 천국에 가고 (손인호)
2. 양철집 아가씨 (황인자)
3. 허트러진 인생선 (백남식)
4. 그대 떠나던 날 (동방성애)

 

  고향모정
          (2005-09-13 07:57:28)
  양철집 아가씨... 추억으로 내달리는 달리기
라일락 (2005-09-13 08:05:15)  

그 양철집은 말하자면 바로 고향모정님의
첫사랑이 살고 있던 집이군요.
그냥 그렇게 말씀 하시지, 뭘...ㅎㅎㅎ

동창회에서 나마 맘에 품어둔 사람을
훔쳐볼수 있다는건 행운 입니다.
나의 초등학교 2학년때의 첫사랑은
어디 있는줄도 모르는걸요.
그 아인 지금쯤 내가 누군지도 모를테고...
아련한 기억을 더듬게 하는 어린날의
이야기 미소 머금고 잘 읽었습니다.
나팔꽃 향기를 함께 맡으면서요...^^

고향모정 (2005-09-14 11:13:08)  

라일락 누님.. 제가 원래 이렇습니다...
끼 많은 '끼돌이'...
이 해가 제가 국민학교 5학년 때였으니.. 가만있자.. 1966년도였었군요..
(제가 좀 일찍 깼지요?...)

專門家 (2005-09-13 08:13:02)  

고향모정님의 아련한 옛 추억이 담긴 글 잘 감상했습니다.
그 당시의 양철집에 미인 아가씨들이 살고 있었군요^^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양철집 셋째다님을 뵐 수는 있으신지?...
옛 생각이 많이 나시겠습니다!
황인자가 부르는 "양철집 아가씨"는 실제 상황이었군요^^
내용을 알고 들으니 노래가 더욱 정답게 느껴집니다.
좋은 글과 음악 감사 드리며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빕니다.....^^

고향모정 (2005-09-14 11:35:46)  

전문가 님.. 이 글 내용은 지난 5월 4일, 한창 나팔꽃이 피어나던 날 아침에 불현듯

그 때가 생각이 나서 가요114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전문가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어떤 노래들은 놀랍게도 '자기 자신의 체험'과도 일치하더군요..
물론 그 체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거기에 걸맞는 상황 연출을 해야겠지만...
그렇지만 이 노래.. 황인자 님의 "양철집 아가씨"는 저의 그 추억과 똑같은 맞춤식 노래로
자리 잡고 있군요..
 그 옛날의 아름답던 추억을 생각하고 그리워할 수가 있는 이런 연유로 사람들은 노래에
열광하고 또 잊지 않고 따라 부르지 않나 합니다.
제가 “양철집 아가씨”를 늘 못 잊어 하는 것처럼...

溫故知新 (2005-09-13 09:47:24)  

모정님 안녕하십니까? 溫故知新 인사드립니다.
기억 뒤켠에 구겨져 있던 빛바랜 단어에 숨결을 불어 넣으시는군요.

어릴 때 양철집을 도단 집으로 부르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집은 기와집인데 아랫집은 도단 집이었습니다.
녹슬지 않도록 시커먼 coal tar를 칠해 놓았습니다.
여름에 얼마나 더웠을까요?

그래도 그 시절은 같이 김장해서 나누어 먹고,
잔치하면 이웃집에 음식도 가져다주며,
수박 긁어 물에 얼음과 설탕을 함께 넣어 더위를 식히던,
그리고 한 겨울 가족들과 외풍 심한 좁은 방,
아랫목에 발 넣고 그냥 즐겁던 때 아니었습니까.

정이 넘치던 과거,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옷과 먹을 것과 방이 부족해도 인정이 풍족했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고향모정 (2005-09-14 11:42:57)  

賓朋 온고지신님..
그래요. ‘도단집’....
그 아련한 鄕愁의 고장으로 다시 한 번 더 가 봅니다.
‘물질은 풍족하지 못했지만 정신만은 한 없이 有足 하였던 그 시절..’
신문지로 벽을 바르고 멍석으로 가난을 덮던 그 풍요롭던 시절로...

 ** (2005-09-13 11:18:13)  

라일락님 글에 더욱 웃네요!~ㅎㅎ^^
고향모정님!~
미소 지으면서 글 잘보고 갑니다.~

고향모정 (2005-09-14 11:49:23)  

**님. 오늘은 나팔꽃 선물인데...
나팔꽃이 하늘을 보려고 기를 써서 가녀린 손길을 더듬어서 위로만 올라가는 그 것..
바로 ‘생명의 외경(畏敬)’이 아닐까요...
물론 **님의 장미꽃 향기는 말할 필요가 없이 좋기만 하지요..

 ooo (2005-09-13 12:13:16)  

추억이 담긴 글 잘 읽습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기억은
아련한 추억을 주지요 순수했던 그때의 추억들이지요
노래도 잘 듣구요 좋은 시간 되십시요 *^^

고향모정 (2005-09-14 12:03:07)  

***님..
이렇게 오셔서 저의 옛날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문득 피터,폴 앤 매리의"Puff".. 그 마술龍과 少年 재키 페이퍼와,
짐 리브스의 "애나벨 리"가 생각이 납니다.
에드가 앨런포우의 그 애나벨 리의 이미지가..

'여러해 전 일입니다.
바닷가 어느 마을에 애나벨리라고 하는 이름의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그 소녀는 나를 사랑하고 내 사랑받는 것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렸고 나도 어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닷가 왕국에서
사랑이상의 고귀한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늘나라의 날개 달린 천사들도
우리의 사랑을 부러워 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까닭은 그것 뿐입니다.

여러 해 전 바닷가 왕국에는 구름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나의 애나벨리는 싸늘하게 숨졌습니다.
그리고 귀한 그의 친척들은 나에게서 그를 빼앗아
바닷가 왕국의 무덤속에 가두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반만큼도 행복하지 못한 천사들이
그와 나를 시기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까닭은 그것 뿐입니다.
바닷가 왕국에서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밤새도록 구름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나의 애나벨리는 싸늘하게 숨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휠씬 강했습니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위대한 사람의 사랑보다도
하늘나라의 천사들도 바다밑 지옥의 마귀들도
나의 영혼과 애나벨리의 영혼은 갈라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달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나벨리의 꿈을 꿈니다.
별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나벨리의 눈동자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나는 밤새도록 애나벨리의 곁에 눕는 답니다.'

 ooo  (2005-09-13 12:34:46)  

아...그러니까 고향모정님의 첫사랑이 있는
추억의 글이군요?
게다가 셋째딸은 선도 안보고 데려간다고 허는디...
지금은 그곳도 많이 변했지요?
참말로 세월이 덧없어요..눈한번 감았다가 뜬 것 같은데
몇십년이 훌쩍 지나버렸으니요....
추억이 있는 아름다운 글 잘 읽고 갑니다..^^*

고향모정 (2005-09-14 12:11:32)  

***님의 이미지로 다가온 사람이라면.. 어때요?.. 근사하겠지요!..
그 아이 12살 짜리 시절의 그 아이는 요즘도 자주 봅니다..
51살의 나이를 보는게 아니라
깨금발로 담장을 집고 올라서서
나팔꽃줄기로 발을 친 마루 앞에 있던 그애를 보던
그날의 나이로...

ooo (2005-09-13 15:46:59)  

양철집 아가씨와의 慕情이라!!
그냥 글로도 작품인데 실제 상황이면 소설이군요.

저도 소사에서 양철집 지붕을 잇고 살았지만,
추억이라곤 비오는 날 양철 두드리는 빗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지던 기억만 있군요.
자주 양철이 녹이 서니 격년으로 갈아줘야만 했고..

고향모정 (2005-09-14 12:41:15)  

***님..
님의 정성과 아름다운 마음씨는 그동안 글에서 많이 접해서 익히 알고 있습니다.
저는 반야월 선생님이 쓰시고 이인권 선생님이 곡을 붙이고 이동근이 노래한 ‘68년도에 발표한
“故鄕의 母情”을 즐겨 부르던 연유로 제 아이디를 쓰게 되었습니다.

慕情의 사모치는 이야기는 한 때.., 이 題名의 영화, 윌리암 홀덴과 제니퍼 존스가 주연으로 나왔던
그 이야기와 오버 랩 되어 가슴을 치는군요..
앤디 윌리암스가 부른 ‘사랑은 정말로 아름다워라(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는 주제가도
너무도 좋구요..
오셔서 좋은 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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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장님..
同時代를 살고 있는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부끄러움’이라면 제 말에 동의하시겠지요?..

우리가 少年의 나이로 살았던 지난 세월에, 우리는 유난히도 낯을 많이도 붉혔지요..
늘 부끄러워했습니다...
여자애들이 노는 곳에 가지 못하니 늘 따로 따로 놀았고, 어쩌다가 걔들이 노는 곳 앞을 지나칠라치면
얼굴은 또 달아오르고..
고무줄 끊고 도망갔던 기억, 멱 감을 때 물 밑 잠수로 팬티를 벗겨 보지도 못했던 나는..
늘 그 일(실은 '그 짓')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내 단 짝 남자 친구 아이를 동경하였으니까요..

ooo (2005-09-13 17:50:55)  

모정님~
첫사랑 동급생을 해마다 만나시니 행운아십니다.
지금도 그리도 예쁜가요?
고백은 해 보셨는지?.......^^*
마침 양철집이란 노래도 있네요.
모정님의 첫사랑 주제가.
영화 자이언트의 선율이 연상되는 부분이 있는 경쾌한 노래 즐감합니다.

고향모정 (2005-09-14 12:58:08)  

** ***님..
오랜만에 오셨으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릴께요..

지난 8월 15일, 우리 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하여 드디어 양철집 셋째 딸
그 아이를 보았습니다.
아직도 자그마한 체격에 자색(姿色)이 고운 아이라서 벌써 중늙은이가 된 우리들
누구보다 더욱 젊게 보여서 저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다들 그러하듯이 온갖 궁상을 떨다가 농담도 하다가..
그러던 중 평소에도 거침없는 말로 온 동기생들에게 기피 인물로 꼽히던 한 아이가
‘술이 만땅~’ 취해 가지고 좌중을 향해 아주 큰 소리로 이렇게 나에게 말을 거는거 있죠?..

“..양찰집 시째 사우야~! 내 술 한 잔 받어라....”

ooo(2005-09-14 15:15:48)  

ㅎㅎㅎㅎㅎㅎㅎㅎ
모정님의 내심을 대변해준 그 친구가 고마웠나요?
아님 미웠나요?
그 xx씨도 모정님의 짝사랑을 눈치채고 있었겠지요?
혹시 짝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정님의 당황해서 붉어졌을 얼굴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고향모정 (2005-09-14 23:06:08)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 그 때가 지금으로 부터 꼭 5년 전이 되는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애가 아마도 나보다도 더 나를 못 잊어하고, 나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간 세월의 기억은 빛이 바랜다지만 사랑의 추억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남아, 늘 12살 소년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나를 소망했다고 하는...
그러나 막상 그애에게 미안했던 건, 내가 먼저 그녀가 있는 자리의 추억으로 부터 지금의 日常의 자리로
돌아오려는 내달리기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그녀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애는 어쩌면 아직도 그 양철집에 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단숨에 달려가던 그 날의 그 미루나무가 서 있던 한적한 신작로가 그 자리에
남아 있다면...

ooo (2005-09-15 23:03:07)  

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