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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元 - 秋夜, 가을 밤 (1967 킹 KL.7038 원곡- Molly Darling)... 다시 읽는 <구양수(歐陽修)의 추성부(秋聲賦)>

고향모정 2023. 11. 1. 12:23
고향모정
                        (2005-11-01 12:23:05
   "아~! 이것이 가을의 소리로구나."... 구양수(歐陽修)의 추성부(秋聲賦)에서...

 

구양수(歐陽修)의 추성부(秋聲賦)

구양자(歐陽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찟 놀라 귀 기울여 들으며 말했다.

"이상하구나!"

처음에는 바스락바스락 낙엽지고 쓸쓸한 바람 부는 소리더니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고 파도치는 소리같이 변하였다.
마치 파도가 밤중에 갑자기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렁 쨍그렁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고,

또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대가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듯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듯했다.

내가 동자(童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네 좀 나가 보아라."

동자가 말했다.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으며 사방에는 인적이 없으니 그 소리는 나무사이에서 나고 있습니다."

나는 말했다.

"아, 슬프도다! 이것이 가을의 소리로구나.
어찌하여 온 것인가?
저 가을의 모습이란, 그 色은 암담(暗淡)하여 안개는 날아가고 구름은 걷힌다.
가을의 모양은 청명(淸明)하여 하늘은 드높고 태양은 빛난다.
가을의 기운은 살이 저미도록 차가워 피부와 뼛속까지 파고들며, 가을의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적막해진다.
그러기에 그 소리가 처량하고 애절하며 울부짖는 듯 떨치고 일어나는 듯 한 것이다.
풍성한 풀들은 푸르러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울창하게 우거져 볼 만하더니, 풀들은 가을이 스쳐가자 누렇게 변하고,

나무는 가을을 만나자 잎이 떨어진다.
그것들이 꺾여지고 시들어 떨어지게 되는 까닭은 바로 한 가을 기운이 남긴 매서움 때문이다.

가을은 형관(刑官)이요, 때로 치면 陰의 때요, 전쟁의 象이요. 五行의 금(金)에 속한다.
이는 천지간의 정의로운 기운이라 하겠으니, 항상 냉엄하게 초목을 시들어 죽게 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하늘은 만물에 대해 봄에는 나고 가을에는 열매 맺게 한다.
그러므로 음악으로 치면 가을은 상성(商聲)으로, 西方의 음을 주관하고, 이칙(夷則)으로 七月의 음률에 해당한다.
商은 傷의 뜻이다. 만물이 이미 노쇠하므로 슬프고 마음 상(傷)하게 되는 것이다. 이(夷)는 육(戮)의 뜻이다.

만물이 성한 때를 지나니 마땅히 죽이게 되는 것이다.

아!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도다.
사람은 동물 중에서도 영혼이 있는 존재이다.
온갖 근심이 마음에 느껴지고 만사가 그 육체를 수고롭게 하니, 마음 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리게 된다.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그 지혜로는 할 수 없는 것까지 근심하게 되어서는, 마땅히 홍안이 어느 새

마른 나무같이 시들어 버리고 까맣던 머리가 백발이 되어 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금석(金石) 같은 바탕도 아니면서 어찌하여 초목과 더불어 번영을 다투려 하는가? 생각건대 누가 저들을 죽이고 해하고 하는가?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한하는가?"

동자는 아무 대답 없이 머리를 떨구고 자고 있다.
단지 사방 벽에서 벌레 우는 소리만 찌륵 찌륵 들리는데, 마치 나의 탄식을 돕기나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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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구양수가 52세 때의 가을에 쓸쓸한 바람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감흥을, 직설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童子와의 대화 형식을 빌려 써낸 글입니다.
중국 북송(北宋) 때의 대 시인으로 '唐宋八大家 중의 한 사람'이며·사학자·정치가인 그가, 가을 바람의 처량함과 만물이 조락(凋落)하는 경치를 보고, 자연 현상의 변화와 인간의 생활을 연관시켜 人生의 덧없음을 안타까운 탄식조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문장이 쉬우면서도 유창하고 서술이 섬세한 경향이 잘 나타나 있어, ‘과연 구양수이다’라는 평판이 자자한 가을을 노래한 걸출한 文章 중 하나입니다.
  
宋代의 문학 형식인 부(賦)가 물상(物象)을 형용하는 서사(敍事).서경(敍景)의 문학이라 한다면, 이 추성부(秋聲賦)야말로 참으로 그 특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는 글이라 하겠습니다.

唐宋八大家를  대표하는 巨木 소동파 소식(蘇東坡 蘇軾)의 '적벽부(赤壁賦)'와 함께 宋 나라 부(賦)를 대표하는 구양수(歐陽修)의 이 추성부(秋聲賦)를 읽노라면 마치 소리, 색깔, 경치, 감정 등 몇 가지 면에서 묘사와 비유를 가하여 변화가  다양한 가을 경치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구양수는 자연과 인생에 대한 감개라는 면에 착안하여 이를 가을소리, 가을풍경의 통일과 조화 속에 짜 넣었고 가을소리를 빌려 우주 만물의 쇠락에서 짧은 인생의 비애를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 賦는 산문 같기도 하고 詩와 같기도 합니다.
늘어놓는 수법, 서정적 필치, 형상적 비유를 통해 가을소리의 묘사는 다채롭고 그윽하게 전개되며 그 사이에 童子와의 대화를 끼워 넣어 독자로 하여금 걷잡을 수 없는 신비로운 흥취와 무한한 감개를 느끼게 합니다.

다음은 原文입니다.

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 曰:"異哉!"
구양자방야독서, 원유성자서남래자, 송연이청지, 왈 : "이재"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澎湃; 如波濤夜驚, 風雨驟至.
초석역이소삽, 홀분등이팽배. 여파도야경, 풍우취지.

其觸於物也, 鏦鏦錚錚, 金鐵皆鳴;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기촉어물야, 총총쟁쟁, 금철개명. 우여부적지병, 함매질주,
불문호령, 단문인마지행성.

予謂童子:"此何聲也?汝出視之." 童子曰:"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여위동자, 차하성야, 여출시지. 동자왈, 성월교결, 명하재천, 사무인성, 성재수간.

予曰:"噫噫, 悲哉!此秋聲也, 胡爲而來哉?蓋夫秋之爲狀也;其色慘淡, 煙霏云斂;
여왈, 희희, 비재. 차추성야, 호위이래재. 개부추지위상야, 기색참담, 연비운염.

其容淸明, 天高日晶;其氣慄冽, 砭人肌骨;其意蕭條, 山川寂寥.
기용청명, 천고일정. 기가율렬, 폄인기골. 기의소조, 산천적요.

故其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豊草綠縟而爭茂, 佳木蔥籠而可悅;
고기위야, 처처절절. 호호분발. 풍초녹욕이쟁무, 가목총농이가열.

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其所以嶊敗零落者, 乃其一氣之餘烈.
초불지이색변,목조지이엽탈. 기소이최패영낙자, 내기일기지여열.

夫秋, 刑官也, 於時爲陰;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부추, 형관야, 어시위음. 우병상야, 어행위금, 시위천지지의기, 상이숙살이위심.

天之於物, 春生秋實.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천지어물, 춘생추실. 고기재낙야. 상성주서방지음, 이칙위칠월지율.

商, 傷也;物旣老而悲傷. 夷, 戮也;物過盛而當殺.
상, 상야. 물기노이비상. 이, 육야. 물과성이당살.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人爲動物, 惟物之靈.
차호, 초목무정, 유시표령. 인위동물, 유물지령.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於中, 必搖其精.
백우감기심, 만사노기형. 유동어중, 필요기정.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宜其渥然丹者爲槁木, 黟然黑者爲星星.
이황사기력지소불급, 우기지지소불능. 의기악연단자위고목,이연흑자위성성.

奈何以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나하이비금석지질, 욕여초목이쟁영. 염수위지장적, 역하한호추성.

童子莫對, 垂頭而睡. 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余之歎息.
동자막대, 수두이수. 단문사벽충성즐즐, 여조여지탄식.

< 이 글은 중국의 유명한 文人들의 빼어난 글들만 모아놓았다는 古文眞寶에 실려 있는 글로,

아마도 가을을 노래한 대표적인 글로서 아직까지도 많이 읽히고 있는 글인 줄 압니다>

 

鄭元 - 秋夜 (원곡: Molly Darling)

1967 킹 KL.7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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專門家 (2005-11-01 13:46:42)

고향모정님! 반갑습니다!
벌서 11월에 접어들었군요!
이제 가을도 끝자락에 선듯한 느낌입니다.
오늘 귀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
唐宋八大家의 한사람인 구양수의 글은 언제 접해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원님들과 함께 읽으며 이 가을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감사 드리며 11월도 보람찬 한달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고향모정 (2005-11-02 02:20:02)

전문가 쟌 형님.. 唐宋 8大家를 말씀 하시는 군요.
唐의 한유, 유종원과 宋의 구양수, 소순, 소식, 소철, 증공, 왕안석..

이렇게 여덟 명의 大文章家의 아름다운 글에 대해서는 일찌기 저의

조부님을 통해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만...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조부님

슬하를 떠나 아버님 어머님 품으로 돌아온 다음부터는 대 유학자이시던

조부님의 문하생으로서의 특혜는 이미 사라져 결국 더 높은 학문을 쌓을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요.

그렇지만 당구삼년폐풍월(堂狗三年吠風月).., 어쨌거나 저는 6년을 보냈으니

堂孫六年吠風月(??).. 나름 

美文麗句의 文香에 도도(淘淘)히 醉할 기본은 됩니다 ㅎ~...

 

라일락 (2005-11-01 20:15:58)

글을 읽다보니 한숨이 나오고 서글퍼 지는건
지금의 이 자리가 내 인생에 가을쯤이 아닐까 싶고...
쇠락에서 오는 비애를 공감하게 되는군요.
이 가을 지나면 찬 바람 부는 겨울이 올테고
허어연 머리를 하고 앉았을 내 인생의 겨울도
눈 앞에 어른 거립니다.
허나...
절대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을것 같네요.
아무리 그 누구도 세월을 비껴가지 못한다 해도
그 날이 오면 라일락은 머리에 물 들이고 꽃 단장하고
젊은 할머니로 열심히 살아갈테니까요... ㅎㅎㅎ
오늘은 벌서 11월의 첫 날입니다.
이제 이 해도 거의 다 가고 달랑 60일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뒤돌아보고 후회하지 않는 날들이 되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야될것 같습니다.
고향모정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향모정 (2005-11-02 02:24:31)

라일락 누님..
애고.. 별 걱정을..
지금은 50대가 靑春이랍니다.
잘 아시면서....

 

*** (2005-11-01 21:36:47)

언니..그러게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 검은머리가 흰머리 된다해도
언니는 곱게 꽃단장하며 예쁘고 고운 할머니가 될 것 같은데요?
고향모정님......
가을의 소리는 어쩐지 처량하고 애절하며 울부짖는 듯 떨치고 일어나는 듯

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 같애요
저는 가을이 소리는 산사의 풍경소리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제 찬바람이 귓볼을 시럽게 할때네요.
전문가님..언니...모정님께서도 건강조심하시구요
편안한 밤 되세요..^^**

 

고향모정 (2005-11-02 02:35:17)

***님.
故其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가을의 소리는 어쩐지 처량하고

애절하며 울부짖는 듯 떨치고 일어나는 듯 한다고 했나요?...
"異哉!" ... "이상도 해라!"

 

maronie (2005-11-01 21:37:35)

한문이 쉽지않으니 번역하신 글을 우선 자세히..읽어 봅니다.
나뭇가지에 나는 소리를 듣고 저리 유려하게 가을과 우주의 원리와
인생을 묶어 글로남겼으니 참으로 멋진 사람입니다.
단지 그 가을이라는것이 일생에 한번만 있지 아니하니 뭐 그리
슬퍼하거나 할 일은 못될거 같은데, 그렇다고 무한정 돌아오는것도
아니니 . .. 암튼 52세에 지은 명문 잘 보고 갑니다^^

 

고향모정 (2005-11-02 02:38:42)

마로니에님. 정말 오랜만에 제 글에 오셨군요.
52살이라고 하면 제 또랜데...
..저는 아직 어린 아이입니다 ㅎㅎ.

 

*** (2005-11-01 23:41:32)

구양수의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라일락 언니의 댓글에 이르러 따라 웃습니다.
요즘 50대라면 언니처럼 코웃음 치겠지만
예전의 50대는 인생의 가을을 진하게 느꼈을테지요.

 

고향모정 (2005-11-02 09:56:29)

***를 좋아하시는 ***님..
아오스딩을 알게 된 기쁨으로, 나날이 즐겁습니다.
꼭 1주일 뒤로군요.
더 이상 조락(凋落)하는 낙엽을 밟지 않아도 될 날이...
자주 인사하기~!

 

溫故知新 (2005-11-03 16:09:50)

잡시 <도연명>

해와 달은 더디 가지 않고 사계절은 서로 재촉한다.
찬바람은 마른 가지를 스치고 낙엽은 거리를 덮었다.
허약한 몸 세월 지나 못 쓰게 되고 검던 귀밑머리 이제 흰머리 되었다.
하얀 표적, 머리에 꽂히고 남은 앞날은 점점 줄어든다.
집이 여관 같아 나는 떠나야 할 나그네
가고가다 어디로 가려는 건가? 남산에 예전의 내 집 있는데.

雜詩 <陶淵明>

日月不肯遲 四時相催迫 寒風拂枯條 落葉掩長陌 弱質與運頹 玄鬢早已白
素標揷人頭 前塗漸就窄 家爲逆旅舍 我如當去客 去去欲何之 南山有舊宅

 

***(2005-11-03 23:33:22)

아!
가슴을 울리는 시로군요.
집이 여관같아 나는 떠나야 할 나그네........

 

고향모정 (2005-11-04 00:20:58)

賓朋 온고지신님... 제가 지금 이 시간에 歸家를 하였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날 때문에, 밤 이슬에 며칠 동안은 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자호란 때, 척화파를 대표하던 김상헌의 시조가 문득 생각납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목이 메여옵니다...
소담스레 핀 들국화의 향기에도 알싸하게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