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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일- 어머니의 사랑(1958 영화 눈 나리는 밤 주제가, 강일문 작사 손목인 작곡).. 기구한 운명에 얽매여 몸부림치는 어머니의 애절한 사랑의 비극!

고향모정 2023. 11. 3. 09:30

2008/02/09

아래의 글은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 <남인수 가요전승보존회>의 대표 논객이며  우리 가요와 영화에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시는, 저와는 지금도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는 '라인강' 님이 同 보존회에 기고한 글과 노래입니다. 

본인 표현으로, "과잉과 엄살이 심해 보기가 좀 그렇기도 하지만.." 그 시대를 제 위 다섯, 세 살 많은 두 兄님들에게서나 들어 어렴풋이 기억하는 당시 풍경을 다섯 살 많은 실제 경험으로 적은 라인강 님의 글로 느낄 수가 있으니 이 노래에 대한 감흥이 너무나 좋군요.

 

 

어머니의 사랑 - 金世一 / 姜一文作詞 / 孫牧人作曲

1958년 3월 영화 [눈 내리는 밤]의 주제가  

유니버살레코드 발매(P-1206)

 

- 再 吹入曲 - 

 

♣ 운명에 휘돌리던 우리들 母情에 바친 성스러운 思美人曲

 

노래 : 김세일 《어머니의 사랑》 

작사 : 강일문 작곡 : 손목인 

1958년 SP, 유니버샬 레코드 P-1206 

 

1.  눈보라가 퍼붓더라도  험한 파도 밀려닥쳐도

술잔 위에 흘린 그 청춘  남매 위해 바친 그 목숨.

어머니 굳센 정에 쇠사슬도 풀리웠네!

성녀, 성녀! 아름다운 어머니.

 

2.  세상풍파 사납더라도 모진 설움 가슴 어여도 

운명 앞에 비는 그 모습 남매 위해 바친 그 정성.

한 많던 정성으로 두 남매가 달려드네! 

성녀, 성녀! 아름다운 어머니.

 

 어렸을 때 극장에서 영화 하나를 봤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제목은 뚜렷합니다.

[눈나리는 밤]!.. 뒤에서야 내용을 대강 알게 됐지만 이 영화는 “항구의 一夜”와 함께 옛날 악극단에서 무대극으로도 많이 올려졌지요.

대개 운명에 함부로 휘돌리는 부조리한 인간 군상들이 그 시절의 주제였습니다.

“검사와 여선생”, “양산도”, "장마루촌의 이발사", "流轉의 애수"… 

모두 한결같이 시대 속에서 속절없이 패배하는 눈물겨운 이야기들이지요.

현대적 감각으로 보면 형편없이 정형화된 신파극이라고 몰아치겠지만, 그러나 그 시대는 그게 절절한 우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지금의 세대가 감히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운명에 희롱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절절한… 다만 뚜렷한 것은 멜로디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 부르짖는 듯한 “성녀, 성녀” 부분! 이 노래는 내 어머니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5남매를 위해 술잔 위에 청춘을 실어보낸 어머니, 눈보라와 험한 파도도 어머니의 그 정성을 물리치지 못하는… 아, 아름답고 성스러운 聖女! 중늙은이로 변한 내게 아직 몽매에도 잊지 못하는 변두리 항구의 술집 풍경을 깊게 각인시킨, 그래서 언제나 주인공으로 남은 어머니를, 그러니까  주인공 이름인 줄도 모르고 “聖女”로 轉意하여 불렀군요.

 

“눈나리는 밤”은 주제가가 2개였습니다.

오정심이 부른 메인 타이틀 “눈나리는 밤”과 김세일이 부른 “어머니의 사랑”.

그러나 기억은 김세일의 노래만이었습니다.

 

아직 찾지 못한 노래들이 부지기수지만 주홍글씨처럼 그야말로 심장에 파편으로 박혀 평생을 부둥켜안고 살아야 하는 노래들이 이렇게 되살아나는 것은 황홀한 일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런 노래들이 몇 개씩 있겠지요. 제작연도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2절을 아직 완전히 해독할 수 없군요.

1절만으로 알던 노래였는데 2절은 처음입니다.

그 시절의 발음과 노래가 갖는 의미, 문장의 호응을 아무리 따져 봐도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 뭐라고요? 겨우 노래 하나에 과장법이 심하다구요?

그렇군요. 과잉과 엄살이 심하니까 솔직히 보기가 좀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노래가 삶의 기미 하나하나를 담고 있던 전설의 시대 이야깁니다.

오늘날에야 원, 노래는 찰나의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그야말로 자유천지를 맘껏 향유하는 사람들이 실체가 없는 디지털 감정을 한없이 증폭시키는 시대가 되어버렸군요.

그래요. 오히려 오늘이 멋부린 과장과, 넘치는 과잉과, 소비적인 엄살의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운명과 전설이 사라진 이 밋밋한 평균의 시대가...

 

글쓴이 : 라인강 2008/02/09

 

  영도 대평동 선착장에서 남항 바다를 가로질러 자갈치 뱃머리를 오가는 통통배 위에서, 저는 이후로는 평생을 부산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맹세 하였습니다.

대평동에 살고 있던 내 청춘 시절의 잊지 못할 물빛 그리움으로 아직도 남아 있는 갈래 머리 문학소녀 여고생이 못내 그리워서 다시 찾아와 본 남항 바닷가였습니다.

하루에 두 번 씩 기세 좋게 들어 올리던 영도다리의 그 위용에 반해서 영도에 잠입하였던 제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신 반가운 라인강님^^*

신년을 맞아 드디어 방문을 마음껏 열어젖히고 사랑방으로 발걸음을 옮기신 님에게 우선 기쁜 마음으로 마중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세상풍파 사납더라도 모진 설움에 가슴 에어진다 해도' 아아~ 그리운 내 어머니...

 

글쓴이: 고향의모정 2008/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