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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림, 박달자 - 코스모스 탄식 (분단이 낳은 비극, 어쩔 수 없이 改詞한 노래)

고향모정 2023. 10. 30. 22:09

2005.09.02

박재란 님의 <코스모스 사랑>에 이은  또 하나의 絶唱曲 <코스모스 탄식 >

 

1939년에 조명암이 글을 쓰고 이난영의 남편 김해송이 곡을 붙이고 박향림이 부른 <코스모스 탄식>은 '거리에는 코스모스가 연애처럼 피곤하였다'는 일본작가 무라노 시로(村野四郞)의 말처럼, 가벼운 가을바람에 나비처럼 나부끼는 코스모스의 저항 없는 모습에 실망하며 국경을 넘어 맺어진 사랑의 이별에 우는 한 여인의 한스러움을 담아 노래한 곡이라 하겠습니다.
李炯基 시인의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라고 말한 것과는 대비되는 작은 절망의 코드는 박향림의 묘한 비음(鼻音)과 함께 이후로 코스모스를 매개로 한 노래 중에서 가장 고전이면서도 대중적인 노래 중의 하나가 되었지요.

 

  

코스모스 피여날 제 매즌 인연도
코스모스 시드르니 그만이드라
국경 업는 사랑이란 말 뿐이러냐
우스며 헤여지든 두만강 다리

 

해란강에 비가올 제 다정튼 님도
해란강에 눈이 오니 그만이드라
변함업는 마음이란 말뿐이러냐
눈물로 손을 잡든 용정 플랫홈

 

두만강을 건너올 제 울든 사람도
두만강을 건너가니 그만이드라
눈물 업는 청춘이란 말뿐이러냐
한업시 흐득이는 나진남행 열차

 

향년 25세로  너무나 짧은 삶을 살다간 비운의 가수 박향림(본명 박억별 1921~1946)은 온천으로 유명한 고장 함경북도 경성군 주을 출신으로 16세가 되던 1937년 태평레코드사에서 박정림이란 예명으로 '청춘극장'으로 데뷔, '고향의 녹야', '써커스 껄'. 1938년 콜롬비아레코드사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부터 박향림이라는 예명을 쓰면서 '사랑 주고 병 샀소',  '인생주막',  '오빠는 풍각쟁이' 등으로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편 박정림이란 이름으로 태평레코드에도 '막간아가씨' '붕대 맨 신혼차(송기옥과 듀엣 송)'등을 불렀습니다.

애초 박향림이 태평레코드로 가기 전에 문을 두드렸으나 이철 사장이 받아주지 않아 대어를 놓친 오케레코드사는 뒤늦게 오케연주단 단장 박고송, 작곡가 박시춘을 앞세워 끈질진 회유 끝에 마침내 박향림을 영입, 1939년 '코스모스 탄식'과 '순정특급'을 취입하면서 우리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긴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포스팅한 남인수의 경우처럼 1940년대 들어 일제에 협력하는 소위 '정책가요'라고 불린 군국가요인 ' 銃後의 자장가(1942 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곡 )',  '血書志願(1943 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백년설 박향림 노래)',  '아름다운 花園(1943 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을 불러 친일가수 명단에 등록되어 있는 가수이기도 합니다.

 

'코스모스 탄식'의 작사가 조명암 (본명 조영출, 1913 년 충남 아산 영인면 출생, 1946 년 월북, 1993 년 사망)의 많은 노랫말이 다른 사람들의 이름으로 改詞되었는데 1941 년, 역시 조명암 작사, 박 시춘 작곡의 一字消息으로 데뷔한 박 달자 선생님==>고침; 1940년 8월 오케레코드에서서 데뷔한 朴達子는 '순정의 길' '꽃다운 청춘' 등 히트곡을 내놓았고, 조선악극단에서 활약했다. [박찬호 著, 한국가요사1, p511]

 박달자의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가사가 바뀌어진 코스모스 탄식이 불리워졌지요.

< 개사 유 광주, 작곡 이 봉룡(이건 이해못할 대목, 김 해송은 1950 년에 북한군에 납북된 인사로 월북 인사와는 구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대다수가 처남 이 봉룡의 작곡으로 표기되어 있음), 노래 박 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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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피어날 때 맺은 인연도
코스모스 시들으니 그만이더라
산을 두고 지은 맹세 말 뿐이더냐
철 없이 매달리던 한강 철다리

 

코스모스 피어날 때 다정튼 님도
코스모스 시들으니 그만이더라
구름 같은 인정이란 날아 가더냐
봄 없는 내 청춘이 한이로구나

 

코스모스 피어날 때 놀던 사랑도
코스모스 시들으니 울고 가더라
변함없는 사랑이란 말 뿐이더냐
정 없는 이 세월이 원망스럽소

 

사족:

요즘은 코스모스가 철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피드군요.
이렇게 철을 모르고 자꾸 피고지고 하다보면 또 눈물 나는 노래도 많이

만들어질 것 같고, 그러다 보면 또 男子들은 욕을 바가지로 먹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