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3파장(罷場)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목로에 앉아 막걸리들 들이키면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창작과비평』 18호, 1970. 가을 [작품해설]장터는 농민들이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곳이며, 그들이 농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세상사에 대해 벌이는 열띤 토론의 장이다. 이 시는 파장(罷場) 때의 농민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