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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있는 누실(陋室).. (BGM- Schubert, Die Forelle)

고향모정 2023. 9. 18. 20:45

Franz Peter Schubert - Die Forelle(Schubert, Piano Quintet D.667 - The Trout)  

슈베르트 - 피아노 5중주 '송어' 4악장

Recorded live at Kings Place, 7th March 2013, as part of the Schubert Ensemble's 30th Anniversary celebrations.

To hear the Schubert Ensemble's complete performance from the Wigmore Hall

 

Simon Blendis - violin

Douglas Paterson - viola

Jane Salmon - cello

Peter Buckoke - double bass

William Howard - piano

 

2010년 4월 산책길에서 찍은 中國 四川省 樂山市 외곽의 한 農家

 

2008-02-22

 

내 마음에 있는 누실(陋室).. 누실명(陋室銘)... 

- 더러운 방, 자기가 거처하는 방을 낮추어 하는 말 - 누실(陋室)을

사전적으로는 이렇게 풀이하였더군요..

감추고 싶은 나의 치부(恥部), 결정적인 아킬레스腱으로 작고 비루(鄙陋)해서

결코 남에게 알리지 말아야 할 것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陋室이라면, 지금 우리 모두는 外樣上으로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陋室에

살고 있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당(唐)나라가 盛唐의 시대를 거쳐 마침내는 안녹산과 사사명이 일으킨 ‘安史의 亂’으로

국력이 극도로 쇠약해져 갈 때, 불과 21살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한 유우석(劉禹錫)이라는

한 천재가 있었습니다.
태평성대 때라면 성정이 곧고 강직한 성품으로 보아 양신(良臣)으로 크게 출사(出仕)하였을

그가 때를 잘못 만나, 안으로는 고약하고 음험한 환관들에게 둘러싸여 졸렬한 정치를 펴는

王室과 밖으로는 이런 약해진 王室의 허점을 파고드는 호족(豪族)들의 발호로,

요즘말로 하자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그런 환경에서 그는 정치 개혁을 주도한 세력에

몸을 담았다가 이런 사람들의 경우가 대다수 그랬듯이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고,

그는 중앙 정계로부터 축출되어 지금의 안후이(安徽)省의 아주 한미(寒微)한 어느 현(縣)의

정말 별 볼일 없는 통판이란 한직(閒職)의 벼슬아치로 수직 좌천됩니다.

 

중앙 정계에서 좌천된 그에게 地方官이 잘 대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이지만,

그의 지방 상사는 오히려 그를 골탕까지 먹이려고 본래 통판에게 주어야 할 세 칸짜리 관사(官舍)를

갖은 구실을 대서 그의 거처를 세 번이나 옮기도록 합니다.
물론 옮기면 옮길수록 그의 官舍는 좁아지고 형편없어져서 급기야 마지막에는 침대 하나에 책상과

의자 한 벌 뿐인 작은 방, 이름 하여 陋室...
모진 시련 끝에서 체득한 경험으로 쓰는 글이 진정한 글이 되듯이, 아직은 젊은 혈기의 劉禹錫은

이곳에서 장차 萬古에 길이 남을 名文章인 <누실명(陋室銘)>을 기개 높은 목소리로 이렇게 씁니다.

 

「산이 높지 않더라도 그 안에 신선이 있으면 명산일 것이요/ 山不在高 有仙則名
물이 깊지 않더라도 그 속에 용이 살면 신령스런 물이리라/ 水不在深 有龍則靈
이 집이 비록 누추하더라도 오직 내가 닦은 덕으로 향기롭다네/ 斯是陋室 惟吾德馨
이끼에 계단은 푸르고 풀빛은 발을 통해 푸르며/ 苔痕上階綠 草色入簾靑
담소하는 선비가 있을 뿐 왕래하는 백성은 없구나/ 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거문고를 타고 좋은 경전을 읽을 수 있고/  可以調素琴 閱金經
음악은 귀를 어지럽히지 않고 관의 서류로 몸을 수고롭게 하지 않아/ 無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남양 제갈량의 초가집이나 서촉 양자운의 정자와 같으니/ 南陽諸葛廬 西蜀子雲亭
공자도 "무슨 누추함이 있으리오" 라고 했다/  孔子云 何陋之有

 

사실 누가 보더라도 “이건 아닌데..” 라고 볼 수 있는 한심한 居處에서 그가 내보이는 그의 기개는

참으로 가상합니다.
詩의 첫 세 구절까지는 그야말로 압권!..
자신이 처해 있는 어떤 역경도 극복해낼 수 있는 자신감은 바로 ‘스스로의 에서 비롯하는 것이다’라는

저 말은, 이후 後人들에게는 萬古의 金言이 되었고 저도 이 말을 좇아 이렇게 여기에 소개할 정도로

좋아하게 된 말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여러 회원님들..,
지금의 표피적이고 찰나적인 겉멋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思考하고 또 숙고(熟考)해 봅시다.

우리는 누구라 할 것도 없이 거의 모두가 다 陋室 하나씩은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신체적인 결함이든, 학벌이든, 가족 문제이든, 아니면 나는 완벽해서 아예 陋室이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망상증을 앓든...
그러나, 그 누가 뭐라고 하드라도 其實, 우리네 삶에서 陋室은 그저 외형에 불과하며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떻게 하면 내 陋室을 인정하고 나 자신의 內面을 제대로 채우는 것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일 겁니다.

지금 내 마음에 있는 陋室..,

...결코 부끄러워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附記]
작년 8월 어느 날, 중앙일보를 읽다가 陋室銘의 멋진 가르침에 그만 탄복을 하여 저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 써 놓은 글이었는데, 이번에 몇 句節 수정한 뒤 이렇게 올립니다.
다가오는 봄날, 부디 기쁜 마음으로 陋室을 채우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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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듣고 싶은 名盤입니다)

Schubert: Piano Quintet in A major, D667 'The Trout'
with Daniel Barenboim (piano), Itzhak Perlman (violin), Pinchas Zukerman (violin), Jacqueline Du Pré (cello),

Zubin Mehta (double bass), Andreas Schmidt (piano) & Vladimir Ashkenazy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