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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年代 詩-70年作] 申庚林(신경림) 시인의 '罷場(파장)'..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BGM; 알버트 W 케텔비-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고향모정 2024. 5. 23. 20:04

2017.10.03

파장(罷場)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들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창작과비평』 18호, 1970. 가을

 

[작품해설]

장터는 농민들이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곳이며, 그들이 농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세상사에 대해 벌이는 열띤 토론의 장이다. 이 시는 파장(罷場) 때의 농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들이 애환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장테에서 만난 서민들의 모습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압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향토적인 정취를 서정적으로 형상화한다. 연 구분이 없는 자유시이지만, 화자의 태도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3단락으로 나누어진다.

1단락은 1~4행으로, 농민들이 그들의 공동체적 삶에 대해 갖는 애정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참외를 깎’아 함께 나누어 먹거나,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이 되는 그들에게서 화자는 피붙이보다 더 진한 인간애를 느낀다. 그러므로 1행의 ‘못난 놈들’은 자기 비하적 표현이 아니라, 친근감에서 우러난 동류애의 표현이다.

2단락은 5~9행으로, 농민들이 겪고 있느 현실의 어려움을 표출하고 있는 부분이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던 그들의 대화가 차츰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의 현실적 문제로 바뀜에 따라 상경(上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이농(離農)의 심각성을 유추할 수 있다. 뒤숭숭해진 마음에 일찍 귀가하기 실허진 화자는 ‘섰다라고 벌일까 /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망설이며 농촌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과 자신의 삶에 대한 아픔을 드러낸다.

3단락은 10~13행으로, 현실을 수용하고 그 아픔을 감내하고자 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화자는 ‘소주에 오징어를 찢’으며,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유혹들을 물리치고,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문’ 밤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점점 황폐화되어 가는 농촌의 현실을 바라보는 화자의 비판적 심경은 환한 달빛 속에서 뚜렷하게 대비되는 화자의 ‘절뚝이는’ 발걸음으로 표현된다.

 

-섰다 : '화투'가 온 나라 사람들의 국민놀이가  되어있던 시절.. 민화투, 나이롱뻥, 육백 등의 단순 놀이가 5장을 기본패로 한 도리짖고 땡을 시작으로  2장으로 그림을 맞추어 등급을 매기는 노름의 이름

[작가소개]

신경림 申庚林 [1936.4.6~] 1936년 4월 6일 충청북도 중원에서 태어났다. 1960년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55∼1956년 《문학예술》에 이한직의 추천을 받아 시 《낮달》 《갈대》 《석상》 등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건강이 나빠 고향으로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현대문학사, 희문출판사, 동화출판사 등에서 편집일을 맡았다. 한때 절필하기도 하였으나 1965년부터 다시 시를 창작하였다.

《원격지》(동국시집, 1970), 《산읍기행》(월간다리, 1972), 《시제(詩祭)》(월간중앙, 1972) 등을 발표하였다. 이때부터 초기 시에서 두드러진 관념적인 세계를 벗어나 막연하고 정체된 농촌이 아니라 핍박받는 농민들의  애환을 노래하였다.

그의 작품세계는 주로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농민의 한과 울분을 노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론가 백낙청은 1973년 발표한 시집 《농무》의 발문에서 ‘민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받아 마땅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이 시집의 의의가 있다고 하였다. 이후부터 그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민중들과 공감대를 이루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1981년 제8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에 《새재》(1979), 《달넘세》(1985), 《남한강》(1987), 《우리들의 북》(1988), 《길》(1990) 등이 있고, 평론에 《농촌현실과 농민문학》(1972),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2), 《역사와 현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시》 (1984), 《민요기행》(1985), 《우리 시의 이해》(1986) 등이 있다.

 

1935년 충청북도 중원 출생

동국대학교 영문과 졸업

1956년 『문학예술』에 시 「갈대」, 「탑」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

1975년 고은, 백낙청, 박태순, 이문구, 염무웅 등과 함께 자유실천문인현의회 창립

1981년 제8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83년 민요연구회 창립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소 소장

1988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창립, 사무총장 역임

1990년 제2회 이산문학상 수상

1991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및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공동 의장

 

시집 : 『농무』(1973), 『새재』(1979), 『새벽을 기다리며』(1985), 『달넘세』(1985), 『남한강』(1987), 『씻김굿』(1987), 『가난한 사랑 노래』(1988), 『우리들의 북』(1988), 『저푸른 자유의 하늘』(1989), 『길』(1990), 『쓰러진 자의 꿈』(1993), 『갈대』(1996),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8), 『목계장터』(1999)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Sunday 블로그

 

케텔비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Albert William Ketelbey - In a Persian Market )

연주 Terry Snyder and The All-Stars

 

알버트 윌리엄 케텔비 (1875~1959). 영국 버밍엄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작품들을 많이 작곡한 그는 1929년 발표한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로 "영국의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유명세를 누렸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인기를 잃었고, 그가 사망했을 때 그의 장례식에는 단지 몇 명의 애도자들만  참석, 슬그머니 잊혀진 비운의 작곡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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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일에 올린 위의 글 이후에 다시 쓰는 글이 바로 시인의 부음(訃音)을 전하는 글입니다. 삼가 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 문학의 거목' 민중시인 신경림 향년 88세로 별세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등 시집을 남기고 농민문학, 민중문학을 주제로 한 평론도 발표해 '민중 시인'과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불린 고인은 지난 22일 암 투병 중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발인은 25일이며 장지는 충북 충주 선산. 2024.05.23.